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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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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0 00:35:31, 조회 : 112,965, 추천 : 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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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베데스다의 집에서 지적 장애인들과 나들이 하는 봉사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1년에 딱 하루만 개방한다는 효성 공장 진달래 동산이다.
경로는 안양 베데스다의 집(2001아울렛 맞은 편)→안양천→효성 진달래 동산에 도착해 간식을 먹고 다시 안양천을 거쳐 베데스다의 집으로 돌아온다.
화창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모두 들뜬 것 같았다.
풍선을 하나씩 달고 가니까 꼭 유치원 소풍 같았다.
나는 RCY 기장인 2학년 이재곤 선배랑 같이 '안흥렬'이란 분을 맡았다.
도저히 몇 살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 얼굴인데, 계속 웃으신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내가 말을 하면 알아들으시는 건지 아닌 건지..
행동이나 얼굴 표정을 봐도 도저히 반응을 알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
그리고 이 분은 계속 앞으로 뛰어나가려고 해서 우리가 붙잡다가 결국 오고가는 내내 1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맨 앞에서도 자꾸만 빨리 걸으셔서 뒤에 분들이 못따라오니까 천천히 가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안양 일번가에서 효성 진달래 동산까지 걸어가는 건 보통 거리가 아니다.
나는 중 1때부터 많이 걸어다녀서 그만한 거리는 괜찮지만 평소에 자주 산책하지 못한다는 장애인 분들이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됐다.
드디어 진달래 동산 도착~!
효성 진달래 동산은 아침에 버스 타고 갈 때마다 보는데, 4월이 될 때까지 진달래가 안피다가 어느새 이렇게 많이 피었다.
여기서부터는 짝 지은 대로 자유 구경을 하고 잔디밭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구경을 하면서 이흥렬 분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었는데 "여기서 사진 찍어요." 이 한 마디를 못해서 결국 하나도 못찍었다.
간식으로는 탕수육과 만두와 콜라가 나왔다. 열 명 정도가 잔디밭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같이 먹었다.
나는 별로 배가 안고파서 안먹었는데, 옆에서 어떤 언니가 담당 아이한테 탕수육을 손으로 조그맣게 뜯어서 하나하나 먹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그 언니도 아이를 먹여주느라 정작 자신은 하나도 못먹고 있었다.
내 담당 분은 혼자서도 잘 드셔서 굳이 내가 먹여줄 필요는 없었지만, 언젠가 나도 혼자서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맡았을 때
정말 저 언니처럼 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간식을 먹고 나서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 분은 그 넓은 효성 잔디밭을 다 뛰어다녔다.
혹시 놓칠까 봐 나도 따라서 같이 뛰었다.
내가 "여기 오니까 좋아요?"하고 물어보니까 "네~"하고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지적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한 것이 아니니 밖에 자주 나와서 오늘같은 산책은 별로 안좋아 할 것 같았는데 엄청 좋아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적장애인들은 봉사자들이 없으면 산책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아마 밖에 자주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걸 알고나니 이 분이 왜 그렇게 좋아서 뛰어다녔는지 이해가 됐다.
돌아오는 길도 재미있었다.
내가 어디서 떨어진 빨간 풍선을 이흥렬 분 풍선 줄에 매달아 드렸는데
우리 뒤에 선배들이 풍선 줄에 자꾸자꾸 다른 풍선들을 매달아서 나중에는 풍선이 4갠가 5개나 됐다.
같이 손을 잡고 걸었는데, 갑자기 미경이가 잠깐만 와서 도와달라고 해서 이재곤 선배한테 먼저 가라고 하고 미경이한테 갔다.
미경이 담당은 '김광명'이란 분이었는데, 미경이 말로는 뒤에 어떤 남자애들이 이 분 손목에 풍선 줄을 풀지도 못할 정도로 꽉 묶어놓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이 계속 풀어달라고 했는데 미경이가 잘 못푸니까 나한테 도와달라고 한 것이었다.
결국 풍선 줄을 풀긴 했는데 미경이가 엄청 화나서 막 욕을 했다.
그 남자애들은 뒤에서 계속 장애인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비웃고 길에다 침 뱉으면서 놀고 그랬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화가 났다. 장애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떻게 사람을 앞에다 대놓고 행동을 비웃고
길에다 더럽게 침이나 뱉으면서 다닐 수 있는 건지, 여기에 봉사를 하러 온 건지 봉사시간을 받으러 온 건지 모르겠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어도 생각이 다르면 행동이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진다.
나는 봉사하는 사람들이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것보다 길에 침뱉고 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봉사하는 건 당연한 거다. 어떻게 보면 봉사가 아니라 그냥 사람을 도와주는 단순한 일일 뿐인 것이다.
나중에 내가 사회에 나갈 때는 봉사하는 사람이 칭찬받는 게 아니라 아까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욕을 먹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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